Bioinformatics Q&A
   
  "좀더 modern한 생물학"을 접해보라고 했는데, 어떤 것을 말하는지 설명해줄 수 있나요?
  Writer : Seyeon Weon     Date : 06-02     Hit : 7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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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게 두 가지 면으로 나누어볼 수가 있을 것 같군요. 첫째는 도구에 대한 것입니다. 즉, DNA microarray, proteomics 같은 것을 사용하는 연구들이죠. 여기에 컴퓨터와 통계학 등이 필수적으로 요구된다는 점은 한 발자국만 들어가본 사람이라면 더 이상의 설명을 들을 필요조차 없을 것입니다. 그러니까, 당연히 이런 것을 위해서 이 코스들이 존재하는 것이죠.

그런데, "그런 것은 쓸데없이 유행 좇기 좋아하는 사람들이나 하는 것이고, 생물학의 본류는 그런 것이 아니지 않습니까?"인 경우에 대해서 적어야 하는군요. 과연 그럴까요? 분위기가 느껴지지 않는지요? 그리고, "그래 봐야 결국은 유전자 하나하나 자세하게 연구를 해야 하는데, 이를 위해서 컴퓨터나 통계학 같은 것이 무슨 그렇게까지 필요하겠습니까?"인 경우는, 한편 숨이 턱 막히는 일이로군요. 이것은 한 마디로 이제는 사라져가는 구식 사고의 잔재를 부여잡고 있는 것에 불과한 것입니다. 도대체 그게 왜 구식이냐고요? 당연히 유전자 하나하나 자세히 연구를 해야 하는 것인데, 무슨 그런 지나치게 앞서가는 소리를 하느냐고요? 아래에도 더 풀어서 적어놓았지만, 어느 한 단백질(즉, 유전자)이 어떤 kinase에 의해서 phosphorylation이 되는지 밝혀낸다고 합시다. 물론 이 과정만 떼어놓으면 80년대 혹은 90년대 중반까지의 생물학 교육으로도 전혀 문제 없이 해낼 수가 있는 일일 것입니다. 그런데, 이걸 왜 하게 되는 것이죠? 이제는 element들의 상당한 부분이 알려진 genome, 그리고 아직은 도전의 출발단계라 할 수 있기는 하지만 proteome 속에 그 한 위치를 점하게 되는 것이죠. 바로 이 부분을 이해하는 것이 어쩌면 가장 중요하리라 생각이 됩니다. 따로 떼어놓을 수가 없다는 점 이해가 되는지요? 조금 가벼운 비유이지만, 유전자들은 결코 자폐아들이 아닙니다. 세포(혹은 조직, 기관, 개체)라는 사회의 한 구성원인 것이죠. 서로 상호작용 속에서 그 역할과 의미를 가지게 되는... 그러니까, 어느 한 유전자에 대해서도 결국 제대로 어디에서 뭘 어떻게 하고 있는지 살펴볼 수 있으려면, 결국 주변 사회를 둘러볼 수밖에 없다는 점은 너무나 당연한 소리이죠? 예전에는 이게 막막한 일이었는데, 이제는 "상당히 가능"하게 되었잖아요. 바로 이걸 해보려니 전산 등이 필요한 것인데, 설마 "그래서 왜 전산이 필요하다는 것인지 이해가 안 되는데요?"인 사람이 이 글을 읽고 있진 않으리라 생각이... 더 복잡한 이야기할 필요없이, 유전자가 몇 만 개씩 된다고 하잖아요. 몇 만 개를 컴퓨터 안 쓰고 어떻게 다룰 수 있나요? 음, "그거야 마우스 클릭으로 BLAST 돌려서 유사한 유전자 몇 개 찍어내면 되는 일인데, 워드프로세서 쓰는 일보다 간단한 일을 무슨 컴퓨터를 굳이 그렇게까지 공부를?"인 경우가 또 숨이 턱 막히는 경우로군요. 이 설명이 필요한 사람이라면 지금 이 문장까지 읽게 되리라 생각이 되진 않지만, 하여간 계속 적어봅니다. 그렇게 해서 유전자 몇 개 찍어내면 뭘 알아낼 수가 있죠? 그 유전자들의 annotation들에 적혀 있는 "무슨 기능"을 나의 유전자도 혹시 하는 것일지도 모른다는 정도가 당연히 알아낼 수 있는 것이겠죠. 그 이상 뭐가 더 필요하냐고 우격다짐을 하는 사람은 설마 없겠죠? 자, 이제 이어서 적게 되는 이야기가 바로, "그 이상의 뭐가 가능한가"에 대한 오늘날 생물학자들에게 던져진 가장 큰 숙제이자 도전인 것입니다.

이제 위의 두 가지 면이라고 한 것 중에서 나머지 한 가지에 대해서 적어봅니다. 드물지 않게, 위에 첫째로 적은 도구의 변화를 마치 BLAST로 원하는 유전자 몇 개 찍어내는 것과 같은 식의 일을 한 판에 해낼 수 있는 편리한 실험 도구의 등장으로 받아들이는 경우를 볼 수가 있는데, 이것이 어쩌면 발전을 저해하는 가장 큰 생각의 장애물이라고도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만약 본인이 여기에 해당하는 경우라면, 부디 스스로를 위해서라도 이런 답답한 생각에서 하루 빨리 벗어날 수 있게 되기를 진심으로 기원합니다. 자, 이제 좀더 실질적인 내용을 적을 순서이군요. 윗 문단에 그대로 이어지는 것입니다. DNA microarray는 사회를 둘러볼 수 있게 해주는 것이라는 점 이해가 되죠? 몇 개 찍어낼 수 있게 해주는 것이 아니라 말입니다. 그리고, "이렇게 사회를 둘러봐서 어떻게 뭘 알아낼 수 있다는 것이지?"가 바로 우리에게 던져진 숙제입니다. 현재는 이 사회에서 유사한 움직임을 보이는 것들끼리 모아보는 소위 clustering이라는 통계기법을 쓰는 것까지는 그런대로 진행이 되어 있죠. 그 다음 단계가 일면 난관에 부딪혀 있는 상황이라 할 수 있는데, 머지 않아 꽤 그럴 듯한 것도 나오게 되리라 모두들 기대를 하고 있는 것이고 말입니다. 이런 일을 위해서는 전산학, 통계학 등이 필요한 것입니다. 완전히 핵심적인 것이죠. 이젠 밴드 몇 개짜리 gel 사진을 곰곰히 눈으로 들여다보면 뭔가 나올 수 있는 그런 방식의 일이 아니니 말입니다. 대량의 데이터를 복잡한 알고리즘과 통계기법을 사용해서 뭘 해보는 그런 것으로 바뀌게 된 것이죠.

너무 이 방향으로 많이 적는 것 같지만, 기존의 "유전자 하나하나 자세히"가 앞으로 어떻게 될 지에 대해서 조금 적어봅니다. 우선, 이것은 당연히 해야 하는 일이라는 점이 있습니다. 자명하게 그러한 것이죠. 일단, 미국 NHGRI에서 Human Genome Project의 후속으로 추진하고 있는 것 중의 하나인, ENCODE 프로젝트에 대해서 언급을 해봅니다. 이 프로젝트는 "유전자 하나하나 자세히"의 여러가지 면을 체계적이고 대규모로 해치우겠다는 것이죠. 그리고, "유전자 하나하나 자세히"에서 이런 면이 아닌 부분에 대해서 조금 풀어서 적어볼 필요가 있겠군요. 그러니까, 다음과 같은 일종의 문화충돌인 셈이군요. "유전자 하나하나 자세히"를 해서 위암의 원인을 찾아보겠다는 쪽과 "그래 가지고서는 영원히 장님 코끼리 만지기를 벗어날 수가 없고, 사회적으로, 즉 대규모의 데이터가 수반되는 알고리즘과 통계학을 사용하는 방식으로 하겠다는 쪽"과의 충돌인 셈이군요. 이 두 가지 문화 중에서 어느 쪽을 택해야 한다고 생각이 되는지요?

그리고, 그야말로 완전한 노파심에 적게 되는 것이지만, 혹시라도 "그런 것은 사람 뽑아서 시키면 되는 일이고, 나는 생물학만 하면 된다"는 기이한 생각으로 현실 도피성 자기합리화를 하는 사람이 있을까봐 몇 자 더 추가를 해봅니다. 한 마디로, 이젠 이런 일을 손수하는 것이 바로 생물학 연구 그 자체가 된 것입니다. 그걸 남을 시키면 자신은 시키는대로 실험이나 해주는 테크니션이 되겠다는 것이 되는 것이죠. 연구는 그 사람이 하는 것이 되는 것이고 말입니다. 음, 이 이야기는 더 적으면 쓸데없는 군더더기가 되겠군요.

- 원세연 ( http://www.bioinformatics.pe.kr )